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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100대 명산을 찾다 2014-12-29


해발 2236m의 일본 초카이 산은 여름에도 만년설을 품고 있는 명산이다. 동쪽 해안가에 우뚝 솟은 야마가타현 제일의 고봉으로 일본의 상징인 후지산과 모습이 흡사해 데와후지라고도 불린다.
지난 6월 28일 스크린과 연극무대, 안방을 넘나드는 두 명의 명품배우 문성근 씨와 윤제문 씨, SBS 홍창욱 PD, 그리고 본지 발행인 박요한 대표가 함께 초카이산 산행에 나섰다. 산행은 호코다테 산장에서 출발해 신잔 정상을 향하는 왕복 9시간짜리 코스. 당일치기로는 만만치 않은 일정이라 일행은 아침 일찍부터 산행을 시작했다.

1년 중 산행이 가능한 기간은 5개월
강설량이 많은 초카이 산은 10월부터 눈이 내린다. 이때부터 입산이 통제된다. 통제가 풀리는 건 빨라도 6월 말에서 7월 초라 1년 중 초카이 산을 만날 수 있는 기간은 무척 짧은 편이다.
작고 단단한 체구의 산악 가이드 히데토시 오타 씨가 이번 산행의 안내를 맡았다. “초카이 산은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자연을 즐기며 오르는 산”이라는 가이드의 말을 듣고 큼지막한 돌로 잘 정비된 등산로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드넓은 산자락과 그 사이사이를 흐르는 폭포를 한 눈에 담아 볼 수 있는 전망대에 도착했다.
함께한 일행이 연신 감탄사를 뱉으며 카메라로 풍경을 담느라 정신없는 사이 오타 씨는  “갈 길이 머니 서둘러야 한다”며 재촉하고는 “앞으로 더 멋진 경관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말로 아쉬워하는 일행을 달랬다.
초카이 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동안 응시하던 문성근 씨는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던 봄과 겨울이 같이 있는 풍경을 선사해 주는 산이다”라며 초카이 산에 대한 감상을 전했다. 일이 아닌 여행으로 일본을 방문 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윤제문 씨는 “처음으로 일본의 산을 올랐는데 이렇게 아름다울 줄은 몰랐다”면서 “왜 많은 한국 사람이 이 산을 찾는지 이유를 알겠다”며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능선을 따라 산행을 계속 하다 보니 어느덧 눈 덮인 길이 나타났다. 준비해온 아이젠을 착용하려 하자 오타 씨는 이 정도 눈에는 착용 안 해도 되니 나중에 정상 부근에서 착용하라고 일러줬다. 발밑에서 뽀드득 소리를 내며 눈이 밟히고 눈앞에는 푸르른 고산나무와 야생식물이 보이니 느낌이 오묘했다. 두 시간 정도 계속 오르니 어느덧 시야가 트이는 평야지대가 나오고 곳곳에 야생화가 수줍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초카이 산은 200여 종의 야생화가 6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하여 8월이면 만개한다.

200여 종 야생화의 보고
첫 번째 목적지인 오하마고야 쉼터에 도착한 후 간단한 간식을 먹었다. 산장 바로 뒤편에서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초카이 호수(해발 1700m)가 보였다. 호수를 바라보며 먹는 간식은 허기와 아름다운 풍경이 더해져 맛을 더했다.
잠깐의 달콤한 휴식 후 정상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몸이 휘청 일만큼 강하게 불어오는 돌풍에 드넓은 평원지대에 핀 야생화가 바람에 물결을 치는 장관을 연출했다. 거친 바람을 뚫고 능선을 따라 움직이니 다시 눈 쌓인 지역이 나타났다. 평소에도 산행을 자주 하는 문성근 씨는 “눈 덮인 골짜기를 지날 때에는 동계장비를 잘 갖추어야 한다”며 능숙한 손길로 아이젠을 착용했다. 대자연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모습에 마음은 행복했지만, 한 걸음 땔 때마다 숨은 차오르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짙은 안개가 시야를 가리기 시작했다. 일행이 힘들어하자, 오타 씨가 힘들지 않게 산행 할 수 있는 두 가지 팁을 주었다. “첫 번째 방법은 즐거운 생각을 하는 것이고, 두 번째 방법은 눈앞에 보이는 목표지점을 생각하며 가는 것”이라고 일러줬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무장하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곧 안개가 점점 짙어지더니 급기야 3m 앞도 분간하기 힘들어졌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은 거센 바람에 날려 금세 자취를 감췄다. 첫 번째 쉼터를 출발 한지 두 시간이 넘어서야 일행은 겨우 두 번째 산장에 도착했다.
칼바람과 매서운 추위에 워낙 시달린지라 일행에게 산장은 천국이었다. 따듯한 물과 준비해온 발열도시락으로 차갑게 식은 몸을 데우고 다시 정상 등반을 준비했다. 그런데 오타 씨 표정이 심상치 않다. 아무래도 악천후 때문에 더 이상의 산행은 힘들 것 같단다. 일행은 아쉬움 마음을 뒤로 하고 하산을 결정했다. 정상 등정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지만, 하산하는 길에 다시 돌아보니 초카이 산은 우리의 아쉬운 마음을 달래주듯 동해에 아름다운 노을을 선사했다.

 

출처 : 아웃도어뉴스(http://www.outdo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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